전기차 리뷰·비교

전기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— 고속도로 충전 3번, 실제로 어땠냐

텍드(TechDrift) 2026. 8. 3. 19:23

도입

전기차를 산 지 4개월쯤 됐을 때, 처음으로 부산 출장 얘기가 나왔습니다.

동료가 "전기차로 부산 가도 돼요?"라고 물었을 때, 저는 "...되겠죠"라고 대답했습니다. 자신은 없었습니다. 집 근처 편도 40km 출퇴근은 익숙해졌지만, 편도 400km는 다른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.

그 전날 밤, 저는 EVNET 앱을 열고 서울→부산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 위치를 하나씩 찍어가며 루트를 짰습니다. 출발 전에 100% 충전을 맞춰두고 알람을 두 개 맞췄습니다. 솔직히 조금 긴장했습니다.

1. 출발 — 준비를 해도 불안한 이유

아침 7시 출발. 배터리 100%, 예상 주행가능 거리 487km. 부산까지 거리는 약 420km.

숫자만 보면 넉넉합니다. 근데 전기차 오너는 압니다. 그 487km는 기온 20도, 정속 주행, 에어컨 안 켜고, 평지 위주일 때 이야기라는 걸. 8월 아침, 에어컨은 이미 켜야 했습니다.

계획한 충전 포인트는 세 군데였습니다. 정안알밤휴게소(서울 약 110km), 함양휴게소(정안에서 약 150km), 그리고 상황 봐서 한 곳 더. 출발하고 1시간쯤 지나니 예상 잔여 거리가 빠르게 줄기 시작했습니다. 에어컨 때문인지, 고속도로 속도(110km/h 유지) 때문인지.

2. 첫 번째 충전 — 대기 20분,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들

정안알밤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배터리는 53%였습니다. 예상보다 조금 빠른 속도.

충전기 앞에 한 대가 먼저 있었습니다. 50kW짜리 두 대 중 하나는 사용 중이었고, 나머지 하나는 고장 표시. 어쩔 수 없이 줄을 섰습니다. 대기 시간 약 20분.

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보니 비슷한 상황의 전기차 두 대가 더 있었습니다. 아이오닉5 한 대, 기아 EV6 한 대. 우리끼리 눈이 마주치면 어색하게 웃었습니다. "고속도로 충전 대기"라는 공통점으로 연대감이 생기는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.

충전은 53%에서 시작해 80%까지 올렸습니다. 시간은 약 38분. 50kW 충전기라 이게 최선이었습니다. 비용: 약 4,800원 (충전량 약 15kWh × 320원)

3. 두 번째 구간 — 배터리 계산의 연속

함양으로 가는 구간이 제일 긴장됐습니다.

경남 쪽으로 넘어가면서 산악 구간이 나왔습니다. 오르막이 많아서인지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줄었습니다. 함양 휴게소까지 남은 거리가 약 70km인데 배터리가 27%로 떨어지던 순간, 솔직히 등에 땀이 났습니다.

계산을 시작했습니다. '27% = 약 130km 주행 가능. 70km면 되는데... 그런데 오르막이 있으면?' 결국 함양 전에 지리산휴게소에서 계획에 없던 충전을 했습니다. 20%에서 60%까지, 약 22분. 비용: 약 6,400원.

이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'급속 충전기가 100kW짜리였으면 12분이었을 텐데.' 충전기 성능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.

4. 부산 도착 전 마지막 충전 — 150kW를 처음 써봤습니다

세 번째 충전은 부산 진입 전 동래 근처 충전소에서 했습니다. 여기는 150kW 급속. 28%에서 80%까지 올리는 데 22분밖에 안 걸렸습니다.

그 22분 동안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. 이전 두 번의 충전이 20~40분씩 긴장 속에서 기다렸던 것과 달리, 이번엔 여유가 느껴졌습니다.

'이게 충전 인프라 문제구나'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50kW와 150kW의 차이는 그냥 빠르기가 아니라, 경험 자체가 달라지는 겁니다.

5. 실제 비용 — 얼마나 아꼈냐

구간 충전량 충전기 용량 비용
정안알밤휴게소 약 15kWh 50kW 4,800원
지리산휴게소 (계획 외) 약 20kWh 50kW 6,400원
동래 충전소 약 24kWh 150kW 8,100원
합계 약 59kWh 19,300원

같은 거리를 가솔린 SUV로 갔다면 약 55,000원 (연비 12km/L, 리터당 1,660원 기준). 절감액 약 35,700원. 왕복 기준 7만원 이상 아낀 셈입니다.

다만 충전 대기 시간이 총 60분을 넘었습니다. 처음엔 불편했고 나중엔 익숙해졌습니다. 그 시간에 업무 메일을 보거나 쉬었습니다.

이걸 알고 갔더라면

100kW 이상 충전기를 찾아라: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는 50kW짜리가 아직 많습니다. 출발 전에 EVNET나 환경부 앱으로 충전기 용량을 꼭 확인하세요.

80% 이상은 충전하지 않는다: 80% 이후부터 충전 속도가 급격히 느려집니다. 80%에서 끊고 다음 충전소로 이동하는 게 훨씬 효율적입니다.

충전소 예비 플랜을 하나 더 세워둔다: 충전소가 고장 나거나 대기가 길면 대안이 필요합니다. 저는 이번에 준비가 안 돼서 긴장했습니다.

자주 묻는 질문

Q. 전기차로 장거리 가면 ICE 차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리나요?
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. 충전기 성능이 좋으면 20~25분 대기 3번으로 편도 이동이 가능합니다. 단, 50kW짜리이거나 대기가 길면 1시간 이상 추가될 수 있습니다.

Q. 가장 좋은 고속도로 충전소는 어디인가요?
최근 대형 휴게소에 100kW 이상 급속 충전기가 늘고 있습니다. 기흥, 안성, 옥산 등이 비교적 충전기 수가 많고 용량도 큰 편입니다. 출발 전 EVNET 앱에서 대기 현황을 확인하고 가는 걸 추천합니다.

이 글은 2026년 8월 기준 개인 실주행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. 충전 요금과 인프라는 운영사별, 시기별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.

— 텍드(TechDrift)